글로벌 달러 유동성이란? Fed·TGA·RRP로 시장 자금 흐름 읽는 방법
유동성을 처음에는 그냥 돈이 많냐 적냐로 봤습니다
법인 잉여자금을 미국 주식에 넣기 시작하면서 매크로 지표를 챙겨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유동성이라는 말을 아주 단순하게 이해했습니다.
M2가 늘었다는 기사가 나오면 돈이 풀렸으니 주식에는 좋겠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계좌를 굴려보니 그 공식이 자주 어긋났습니다.
유동성이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주가는 빠지는 날이 있었고,
반대로 긴축 국면인데 지수가 계속 올라가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돈이 많다는 말을 조금 더 쪼개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달러 유동성을 볼 때 실제로 확인하게 되는 지표는 네 가지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TGA, 역레포(RRP), 그리고 지급준비금입니다.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연준 대차대조표는 물줄기의 총량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는 연준이 보유한 자산의 총액입니다.
연준이 국채나 MBS를 사들이면 총자산이 늘고, 그만큼 시중에 달러가 나갑니다.
반대로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고 흘려보내면 총자산이 줄고 달러가 회수됩니다.
앞의 것이 양적완화(QE), 뒤의 것이 양적긴축(QT)입니다. QT가 어떤 속도로 진행되고 왜 금리 인상과 다르게 작용하는지는 QT가 진행되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여기서 제가 처음에 헷갈렸던 부분이 있습니다.
총자산의 절대 금액이 얼마인지는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과 속도입니다.
지금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도가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가 시장이 반응하는 지점입니다.
이 숫자는 연준이 매주 목요일 발표하는 H.4.1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보다 하루 이틀 빠르고, 무엇보다 원본입니다.
TGA는 미국 정부의 통장입니다
TGA(Treasury General Account)는 미국 재무부가 연준에 두고 있는 계좌입니다.
세금을 걷으면 여기로 들어오고,
정부가 돈을 쓰면 여기서 나갑니다.
저도 처음에는 정부 통장이 주식시장과 무슨 상관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구조를 보면 연결이 됩니다.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끌어오면 그 돈은 시중에서 TGA로 빨려 들어갑니다. 시장에서 보면 현금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정부가 재정을 집행하면 TGA에서 시중으로 돈이 풀립니다.
그래서 TGA 잔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 저는 미국 정부가 시장에서 꽤 많은 현금을 걷어가고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입니다.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된 직후처럼 TGA를 급하게 채워야 하는 국면에서는 이 흡수 규모가 특히 커집니다.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것은 전달에 시차가 있다는 점입니다. TGA가 움직인 날 바로 지수가 반응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대략 1~2주 정도 걸쳐 나타나는 편이라,
당일 등락을 TGA로 설명하려 들면 대부분 틀립니다.
역레포는 제가 가장 크게 오해했던 지표입니다
역레포(RRP)는 머니마켓펀드 같은 기관들이 남는 돈을 하루짜리로 연준에 맡겨두는 창구입니다.
갈 곳 없는 현금이 잠시 주차해두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처음에는 저도 흔한 설명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역레포 잔고가 줄어들면 거기 있던 돈이 빠져나와 주식시장으로 흘러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M2와 자금 흐름을 같이 놓고 확인해보니 결론이 달랐습니다.
역레포에서 빠진 돈의 상당 부분은 주식이 아니라 미국 단기국채(T-Bill)로 갔습니다.
재무부가 단기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하는 국면이면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역레포 감소를 주식시장에 돈이 들어온다는 신호로 읽지 않습니다.
대신 완충재가 얇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봅니다.
연준이 QT로 돈을 거둬들일 때 그 충격을 역레포 잔고가 대신 흡수해주는 구간이 있었는데,
그 여유분이 줄어들면 이제부터는 충격이 시장으로 직접 넘어옵니다.
역레포에서 빠진 돈이 실제로 어디로 갔는지는 역레포에서 빠져나간 돈은 어디로 갔을까에 자세히 정리해뒀습니다. 그럼 역레포 잔고가 0에 가까워지면 폭락하느냐. 그건 아닙니다.
완충재가 사라졌다는 것은 같은 크기의 긴축이 이전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뜻이지,
하락을 예고하는 것이 아닙니다. 변동성이 커질 조건이 갖춰졌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실제로 쥐고 있는 현금입니다
네 번째 지표가 지급준비금(Reserve Balances)입니다.
은행들이 연준에 예치해둔 잔고이고, 금융 시스템이 실제로 굴릴 수 있는 현금에 가장 가깝습니다.
앞의 세 지표가 결국 여기로 모입니다.
연준 총자산이 줄고, TGA가 채워지고,
역레포 완충재까지 얇아지면 그 부담이 마지막에 지급준비금을 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지표를 앞의 세 개를 다 더한 결과값처럼 봅니다. 지급준비금이 부족해졌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지급준비금이 얼마나 줄어야 시장이 흔들릴까에서 다뤘습니다.
여기에는 참고할 만한 눈금도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지급준비금이 미국 GDP의 10~12% 수준까지 내려오면 시스템이 빡빡해지기 시작한다고 봅니다.
절대적인 선은 아니지만, 숫자가 이 구간에 다가가면
저는 포트폴리오의 현금 비중을 미리 점검하는 편입니다.
다시 강조하면 이 구간이 하락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뉴스에도 시장이 더 크게 흔들리는 환경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네 지표를 하나로 묶는 공식과 그 한계
이 네 가지를 한 줄로 정리한 것이 이른바 순유동성(Net Liquidity) 공식입니다.
연준 총자산 − TGA − 역레포 = 순유동성
연준이 공급한 전체 달러에서 정부 통장에 잠긴 돈과 연준에 되돌아와 주차된 돈을 빼면
시장에 실제로 남아 도는 달러가 나온다는 발상입니다.
처음 이 차트를 봤을 때는 꽤 신기했습니다.
특정 구간에서는 나스닥이나 비트코인 흐름과 눈에 띄게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기간을 길게 놓고 보니 항상 맞지는 않았습니다.
순유동성이 줄어드는데 주가가 오른 구간도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습니다.
당연합니다.
이 공식에는 기업 실적도, 밸류에이션도, 해외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달러 스왑 라인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순유동성 차트는 주가를 맞히는 도구가 아닙니다.
시장이라는 건물의 배관 상태를 보는 자료에 가깝습니다.
수압이 충분한지, 어디가 막혀 있는지 정도를 봅니다.
물이 잘 나온다고 해서 그 집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금리를 올리는 것과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한동안 섞어서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유동성이 줄어든다고 이해했는데,
엄밀히는 다릅니다.
금리 인상은 돈의 가격을 올리는 일이고,
QT는 돈의 총량을 줄이는 일입니다. 둘은 따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금리를 내리면서 동시에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국면도 있습니다.
이럴 때 금리 인하 뉴스만 보고 유동성이 풀린다고 판단하면 시장 반응과 어긋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뉴스에서 완화니 긴축이니 하는 표현이 나오면,
그게 가격 이야기인지 총량 이야기인지부터 구분하려고 합니다.
제가 매주 금요일에 하는 10분 점검
거창한 루틴은 아닙니다.
데이터가 목요일에 갱신되니 금요일 아침에 FRED에서 네 가지만 확인합니다.
– 연준 총자산이 지난주 대비 늘었는지 줄었는지,
그 속도가 달라졌는지
– TGA 잔고가 채워지는 국면인지 풀리는 국면인지
– 역레포 잔고에 완충 여력이 남아 있는지
– 지급준비금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이 네 개를 보고 이번 주는 자금 사정이 넉넉한 편인지 빡빡한 편인지만 판단합니다. 매수·매도 신호로 쓰지는 않습니다. 다만 빡빡한 국면이 이어지면 새로 들어갈 자금의 속도를 늦추고 현금 비중을 조금 더 두는 식으로 씁니다.
네 지표를 한 화면에 두는 이유
유동성은 돈이 많냐 적냐 하나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연준이 얼마나 공급했고, 그중 얼마가 정부 통장에 잠겨 있고, 얼마가 연준에 되돌아와 주차돼 있고, 결과적으로 은행이 실제로 쥐고 있는 현금이 얼마인지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이걸 알고 나서 달라진 점은 예측이 정확해진 게 아닙니다.
같은 뉴스를 봐도 이번 하락이 실적 때문인지
자금 사정 때문인지를 구분해보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저도 여전히 틀릴 때가 많지만,
적어도 헤드라인 하나에 급하게 움직이는 일은 줄었습니다.
※ 본 글은 금융시장과 경제지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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