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우 그로우

재무부 계좌(TGA)가 채워질 때 시장에서 돈이 빠지는 구조

읽는 시간 약 7분

유동성 지표는 대부분 후행합니다. 연준 대차대조표도, 지급준비금도, M2도 이미 벌어진 일을 집계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들로는 “지금 어떤 국면인가”는 알 수 있어도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하나 예외가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 일반계정, TGA입니다. 재무부는 앞으로 얼마를 빌릴지, 분기 말 잔고를 얼마로 맞출지를 미리 공표합니다. 유동성 지표 중에 일정표가 공개돼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제가 TGA를 따로 챙겨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TGA가 어떻게 시장 현금을 흡수하는지, 그리고 그 일정을 어디서 확인하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정부 통장이 채워지면 시장 현금이 줄어듭니다

TGA(Treasury General Account)는 미국 재무부가 연준에 두고 있는 계좌입니다. 세금을 걷거나 국채를 팔아 조달한 돈이 여기로 들어오고, 정부가 지출하면 여기서 나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계좌가 연준 안에 있다는 점입니다. 시중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와 TGA로 들어가면, 그 돈은 은행 시스템 밖으로 나간 것과 같습니다. 시장 입장에서는 현금이 사라진 셈입니다.

반대로 정부가 재정을 집행하면 TGA에서 나온 돈이 국민과 기업 계좌로 들어갑니다. 이건 시장에 현금이 공급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TGA 잔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 정부가 시장에서 현금을 걷어가는 중이고, 줄고 있다면 풀고 있는 중이라고 읽습니다.

재무부는 목표 잔고를 미리 알려줍니다

이게 TGA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재무부는 분기마다 자금조달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얼마를 빌릴 계획인지, 분기 말 TGA 잔고 목표가 얼마인지를 함께 공개합니다.

연준의 다음 행보는 회의가 끝나야 알 수 있지만, 재무부의 다음 분기 조달 규모는 미리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몇 달간 시장에서 현금이 얼마나 빠져나갈 것인가”를 대략 계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된 직후가 그렇습니다. 협상 기간에 재무부는 국채를 못 찍으니 TGA를 계속 헐어 쓰고, 타결되면 그 잔고를 다시 채우기 위해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발행합니다. 이 구간에서 시장 유동성이 눈에 띄게 빠듯해집니다. 그리고 그 일정은 사전에 공개돼 있습니다.

같은 발행이라도 만기 구성에 따라 다릅니다

제가 처음에 놓쳤던 부분입니다. 국채 발행 규모만 보고 “이만큼 유동성이 빠지겠구나” 했는데, 실제 시장 반응이 예상과 다른 경우가 있었습니다.

차이는 만기에 있었습니다.

단기국채(T-Bill) 위주로 발행하면 그 물량을 주로 머니마켓펀드가 받습니다. MMF는 연준 역레포 창구에 넣어두던 돈을 빼서 삽니다. 즉 은행 시스템이 아니라 역레포 잔고에서 돈이 빠집니다. 시장 입장에서는 충격이 훨씬 덜합니다.

장기국채 위주로 발행하면 연기금이나 보험사, 은행이 받아야 합니다. 이 돈은 시장에서 직접 끌어오는 것이라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발행 총액보다 만기 구성을 먼저 봅니다. 역레포가 완충재 역할을 하는 구조는 역레포에서 빠져나간 돈은 어디로 갔을까에 자세히 정리해뒀습니다.

반영까지 1~2주가 걸립니다

TGA가 움직인 날 지수가 바로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자금이 금융 시스템을 거쳐 실제 매수·매도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제 경험으로는 대체로 1~2주 정도에 걸쳐 나타납니다. 그래서 당일 등락을 TGA로 설명하려 들면 거의 틀립니다. 반대로 몇 주 단위로 놓고 보면 꽤 잘 맞습니다.

이 시차 때문에 TGA를 매매 신호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앞으로 2~3주가 빡빡한 구간인가 아닌가”를 미리 알 수 있으니, 그 기간에 무리한 진입을 피하는 용도로는 충분히 쓸모가 있습니다.

자주 빗나가는 지점

TGA가 줄면 무조건 오른다고 보면 틀립니다. 두 가지 경우에 어긋납니다.

이미 반영된 경우. 일정이 공개돼 있으니 시장도 알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돈이 풀리는 시점에는 오히려 재료가 소멸하면서 조정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른 힘이 더 큰 경우. TGA에서 돈이 풀려도 같은 기간 연준이 QT로 더 많이 거둬가면 순유동성은 줄어듭니다. TGA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방향을 반대로 읽게 됩니다. 세 지표를 합쳐서 보는 방법은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란? Fed·TGA·RRP로 시장 자금 흐름 읽는 방법에 정리해뒀습니다.

제가 확인하는 순서

분기 자금조달계획을 먼저 봅니다. 다음 분기에 얼마를 빌릴 계획인지, TGA 목표 잔고가 얼마인지. 여기서 큰 그림이 잡힙니다.

그다음 만기 구성을 봅니다. 단기 위주면 역레포가 받아줄 여지가 있고, 장기 위주면 시장이 직접 부담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잔고 추이를 확인합니다. 재무부는 매 영업일 잔고를 공개합니다. 계획대로 가고 있는지, 예상보다 빠른지 느린지를 봅니다.

여기까지 보면 앞으로 몇 주가 유동성 측면에서 어떤 구간인지 대략 잡힙니다. 그 판단으로 종목을 바꾸지는 않고, 진입 속도만 조절합니다. QT가 같은 기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QT가 진행되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이유에서, 이 부담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쌓이는지는 지급준비금이 얼마나 줄어야 시장이 흔들릴까에서 다뤘습니다.

부채한도 국면은 따로 봐야 합니다

평상시 TGA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입니다. 세금 납부 시기에 늘고 지출이 몰리면 줄어드는 식입니다. 그런데 부채한도 협상 국면에서는 이 패턴이 완전히 깨집니다.

한도에 걸리면 재무부는 새 국채를 발행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 TGA 잔고를 헐어서 지출을 감당합니다. 이 기간에는 정부가 시장에 돈을 푸는 셈이라 유동성이 오히려 넉넉해집니다. 부채한도 뉴스로 시장이 불안한데 지수는 버티는 구간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타결된 다음입니다. 재무부는 비워진 잔고를 목표 수준까지 다시 채워야 하고, 그러려면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국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몇 달에 걸쳐 나눠 빠질 유동성이 몇 주에 몰리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부채한도 타결 뉴스를 호재로만 읽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이 해소된 건 맞지만, 그 직후 몇 주가 유동성 측면에서는 가장 빡빡한 구간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TGA를 확인하는 시점

TGA는 유동성 지표 중에서 드물게 앞을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재무부가 일정을 공개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만큼 시장도 알고 있어서, 단독으로 쓰면 자주 어긋납니다. 저는 이 지표를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달력처럼 씁니다. 앞으로 몇 주가 빡빡한 구간인지 미리 표시해두고, 그 기간에는 평소보다 천천히 움직입니다.

참고자료

※ 본 글은 금융시장과 경제지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그로우
법인 잉여자금으로 미국 주식을 운용하면서 매크로 지표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며 환율과 자금 사정을 현장에서 먼저 겪는 편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TGA, 역레포, 지급준비금 같은 유동성 지표를 직접 추적하고 그 기록을 정리해 올립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광고 차단 알림

광고 클릭 제한을 초과하여 광고가 차단되었습니다.

단시간에 반복적인 광고 클릭은 시스템에 의해 감지되며, IP가 수집되어 사이트 관리자가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