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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가 진행되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이유

읽는 시간 약 10분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뉴스가 크게 납니다. 그런데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만기까지 들고 있다가 그냥 흘려보내는 일은 매주 조용히 진행되는데도 기사 한 줄 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조용한 쪽이 계좌에 더 오래, 더 깊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대차대조표 축소, 흔히 QT(Quantitative Tightening)라고 부르는 작업입니다. 금리 인상이 이벤트라면 QT는 배경이고, 배경은 눈에 잘 안 띄는 대신 한번 방향이 잡히면 몇 년씩 갑니다.

이 글에서는 QT가 금리 인상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실제 주가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금리 인상은 가격을, QT는 수량을 건드립니다

둘 다 긴축이지만 작동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돈의 가격을 올리는 정책입니다. 빌리는 비용이 비싸지니 대출이 줄고, 무위험 수익률이 올라가니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집니다. 효과가 빠르고 방향이 분명합니다.

QT는 돈의 양을 줄이는 정책입니다.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이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는데, 이걸 재투자하지 않고 소멸시킵니다. 그만큼 시중에 나가 있던 달러가 연준으로 돌아가 사라집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차이는 속도입니다. 금리는 결정하는 순간 반영되지만, QT는 매달 상한선만큼 조금씩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오늘 QT 때문에 지수가 빠졌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몇 달 단위로 보면 시장이 견딜 수 있는 밸류에이션의 천장이 서서히 내려옵니다.

QT가 진행돼도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이유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립니다. QT를 하는데 나스닥이 오르는 구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답은 연준이 흡수하는 돈만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연준 대차대조표가 줄어도, 같은 기간에 역레포 잔고가 더 빠르게 줄면 시장에 실제로 도는 달러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고가 줄어드는 구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QT 하나만 보고 시장을 판단하면 틀립니다.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란? Fed·TGA·RRP로 시장 자금 흐름 읽는 방법을 따로 정리해뒀는데, 이 세 개를 묶어서 봐야 “지금 실제로 돈이 들어오는 중인지 나가는 중인지”가 보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진행 상황 차트

QT의 진짜 위험은 ‘어디까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연준도 QT를 무한정 하지는 않습니다. 은행 시스템이 굴러가려면 지급준비금이 일정 수준 이상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일정 수준’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2019년 9월에 이걸 한 번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연준은 자산 축소를 진행 중이었는데, 단기 자금시장 금리가 갑자기 튀어 오르면서 연준이 급히 유동성을 다시 공급해야 했습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지급준비금이 실제로는 빠듯했던 겁니다.

즉 QT의 한계선은 계산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시장이 삐걱거려야 비로소 드러납니다. 지급준비금 잔고를 왜 따로 챙겨봐야 하는지는 지급준비금이 얼마나 줄어야 시장이 흔들릴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제가 QT 국면에서 지키는 기준

매크로의 바닥을 맞히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맞히는 대신 견디는 쪽으로 기준을 정해뒀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을 먼저 봅니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미래 전망이 아무리 좋아도 당장 이자를 못 내는 기업부터 무너집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몇 배 감당할 수 있는지를 매수 전에 확인하고, 여기서 걸리면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그 시기에는 사지 않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이 아니라 잔고 숫자를 봅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뒤에 기사로 나옵니다. 대신 매주 갱신되는 연준 대차대조표와 역레포 잔고를 확인하면, 적어도 지금이 어느 방향인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사지 않습니다. QT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수년짜리 흐름입니다. 저점을 맞히려 하지 않고, 시장이 유동성 우려로 발작할 때마다 평소 점찍어둔 현금흐름 1등 기업들을 기계적으로 나눠 삽니다.

아래는 실제로 그렇게 운용해온 계좌입니다. 아직 수익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래서 계속 사고 있습니다.

양적긴축 국면에서 분할 매수를 진행한 실제 계좌 화면 (평가금액은 가림)

계좌에 레버리지 ETF가 있는 이유

위 화면을 보고 앞에서 말한 기준과 어긋난다고 느끼셨다면 정확한 지적입니다. 가장 큰 두 자리가 2배 레버리지 ETF입니다.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구분하는 지점은 이렇습니다. 앞에서 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 시기에 사지 않는다고 한 것은 기업이 진 빚 이야기입니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회사 자체가 무너지고, 그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나중에 지수가 회복돼도 상장폐지된 기업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ETF의 레버리지는 성격이 다릅니다. 파산하는 구조가 아니라 기초지수의 하루 움직임을 두 배로 따라가는 구조입니다. 기초지수가 살아 있는 한 상품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둘을 같은 위험으로 묶지 않습니다.

다만 이게 안전하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레버리지 ETF에는 다른 종류의 위험이 있고, 저는 이쪽이 더 까다롭다고 봅니다.

방향을 맞혀도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비율을 다시 맞춥니다. 이 재조정 때문에 지수가 오르내리기만 반복해도 원금이 깎입니다. 숫자로 보면 분명합니다.

지수가 100에서 10% 올라 110이 되고, 다음 날 10% 떨어지면 99가 됩니다. 1% 손실입니다. 같은 구간에서 2배 상품은 100에서 120으로 올랐다가 20% 떨어져 96이 됩니다. 2% 손실의 두 배인 2%가 아니라 4% 손실입니다.

이 차이가 매일 쌓입니다. 그래서 방향을 맞혀도 오르내림이 길어지면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변동성 손실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다루고 있나

저는 이 상품을 장기 보유용으로 보지 않습니다. 유동성 국면에 대한 판단이 맞다고 보는 구간에서만 들고 가고, 비중과 보유 기간은 스스로 정한 한도 안에서 관리합니다. 판단이 틀렸다고 보이면 기간을 길게 끌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기준들 — 이자보상배율을 먼저 보고, 한 번에 사지 않는다는 원칙 — 은 개별 기업을 고를 때 적용하는 것이고, 이 자리는 그것과 별개의 판단입니다.

마지막으로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이 글은 레버리지 ETF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매일 재조정되는 구조를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대기에는 위험한 상품이고, 특히 시장 방향을 길게 보고 묻어두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QT는 매달 정해진 상한만큼만 빠집니다

QT를 “연준이 채권을 내다 판다”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방식은 다릅니다. 연준은 보유 채권을 시장에 매각하지 않습니다.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원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그대로 소멸시키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월별 상한이 걸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채 월 250억 달러라는 상한이 설정되면, 그달에 만기가 400억 달러 돌아와도 250억까지만 소멸시키고 나머지 150억은 재투자합니다. 반대로 만기 도래액이 상한보다 적으면 그만큼만 줄어듭니다.

이 구조 때문에 두 가지가 생깁니다. 하나는 속도가 예측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연준이 상한을 공표하므로 앞으로 몇 달간 얼마나 줄어들지 대략 계산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실제 감소액이 상한과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기 스케줄이 달마다 다르기 때문에, 상한이 그대로여도 어떤 달은 많이 줄고 어떤 달은 적게 줍니다.

그래서 “이번 달 대차대조표가 예상보다 덜 줄었다”는 것만으로 연준이 정책을 바꿨다고 해석하면 틀리기 쉽습니다. 상한 자체가 바뀌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QE와 QT는 대칭이 아닙니다

제가 한동안 잘못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QE로 늘린 만큼 QT로 줄이면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봤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QE는 위기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진행됩니다. 시장이 무너지는 걸 막는 게 목적이라 속도가 중요합니다. 반면 QT는 시장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진행됩니다. 늘릴 때는 몇 달, 줄일 때는 몇 년이 걸립니다.

결과적으로 자산 가격 입장에서 QE는 짧고 강한 상승 압력, QT는 길고 약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두 국면의 성격이 다르니 대응도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QE 구간에서는 늦게 들어가도 따라잡을 수 있지만, QT 구간에서는 한 번에 들어가면 오래 물립니다.

QT를 볼 때 제가 남겨둔 기준

QT는 시장을 무너뜨리는 스위치가 아니라,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의 상한을 천천히 낮추는 힘입니다. 하루하루의 등락을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몇 달 단위의 국면을 설명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QT 뉴스에 반응해서 매매하지 않습니다. 대신 연준 대차대조표·역레포·지급준비금 세 개를 묶어서 방향만 확인하고, 그 방향이 바뀔 때 포트폴리오의 공격성을 조절합니다.

참고자료

※ 본 글은 금융시장과 경제지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그로우
법인 잉여자금으로 미국 주식을 운용하면서 매크로 지표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며 환율과 자금 사정을 현장에서 먼저 겪는 편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TGA, 역레포, 지급준비금 같은 유동성 지표를 직접 추적하고 그 기록을 정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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