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 때 오르고 QT 때 내린다는 공식, 15년 데이터로 확인해봤습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규모를 그린 선 위에 S&P500 지수를 겹쳐놓으면 두 선이 꽤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이 그림 한 장 때문에 “연준이 돈을 풀면 주가가 오른다”는 말이 널리 퍼졌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구간별로 잘라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겹치는 구간도 있지만, 정반대로 벌어지는 구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 예외가 언제 생기는지를 아는 게 실제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지난 15년 동안 있었던 네 번의 유동성 사이클을 구간별로 나눠 정리해보겠습니다.
지난 15년, 네 번의 사이클
1차 QE 국면(2008~2014). 금융위기 대응으로 연준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대규모로 사들였습니다. 대차대조표는 위기 전의 몇 배로 불어났고, S&P500도 이 기간 내내 우상향했습니다. 가장 교과서적인 구간입니다.
첫 번째 QT 국면(2017~2019). 연준이 처음으로 자산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주가는 계속 올랐습니다. 다만 2018년 말에 큰 조정이 있었고, 이듬해 단기 자금시장이 삐걱거리자 연준은 축소를 중단했습니다.
2차 QE 국면(2020~2021). 코로나 대응으로 짧은 기간에 가장 큰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됐습니다. 지수는 급락 후 빠르게 회복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두 번째 QT 국면(2022~). 인플레이션 대응으로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가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2022년에는 지수가 크게 눌렸지만, 2023년 이후에는 QT가 계속되는데도 지수가 다시 올랐습니다.
공식이 맞았던 구간
2008~2014년과 2020~2021년, 두 QE 국면에서는 상관관계가 뚜렷했습니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금리가 사실상 0%였다는 점입니다.
예금 금리도 채권 금리도 의미 있는 수익을 못 주는 상황에서 돈이 늘어나면, 그 돈은 갈 곳이 주식과 부동산밖에 없습니다. 유동성 증가가 곧바로 자산 가격으로 전달되는 구조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QE가 주가를 올렸다기보다, QE와 제로금리가 겹쳤을 때 주가가 올랐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공식이 깨졌던 구간
예외가 두 번 있었습니다. 저는 이 두 번이 훨씬 많은 걸 알려준다고 봅니다.
2013년, QE 중인데 지수가 급락한 적이 있습니다.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언급을 하자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이 흔들렸습니다. 돈이 실제로 줄어든 게 아니라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조정이 왔습니다. 유동성은 현재 잔고가 아니라 방향과 기대에 반응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2023년 이후, QT 중인데 지수가 올랐습니다. 이유가 두 가지 겹쳤습니다. 하나는 역레포 잔고가 빠르게 줄면서 QT의 충격을 대신 흡수해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실제로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유동성은 줄었지만 이익이 그보다 더 늘어난 구간이었습니다.
이 두 사례를 놓고 보면, 대차대조표 하나로 지수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왜 자주 빗나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차이를 체감한 건 2022년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유동성이 줄면 시장 전체가 비슷하게 눌릴 거라고 봤는데, 실제로는 종목별로 편차가 훨씬 컸습니다. 적자를 내면서 미래 전망으로 평가받던 기업들은 반토막이 났고,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자체 현금으로 돌아가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덜 빠졌습니다. 그 뒤로 유동성 국면을 볼 때 지수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어느 쪽이 버티는지를 같이 봅니다.
대차대조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연준 대차대조표는 시장에 도는 달러의 일부만 설명합니다. 같은 기간에 재무부 일반계정(TGA)과 역레포 잔고가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따라, 대차대조표가 줄어도 실제 유동성은 늘 수 있습니다.
2023년이 정확히 그런 경우였습니다. 연준 자산은 줄고 있었지만 역레포에서 빠져나온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순유동성은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이 세 가지를 합쳐서 보는 방법은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란? Fed·TGA·RRP로 시장 자금 흐름 읽는 방법에 정리해뒀고, QT가 실제로 어떤 속도로 진행되는지는 QT가 진행되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공식이 통하는 구간과 깨지는 구간
유동성 사이클을 매매 신호로 쓰지 않습니다. 어느 국면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씁니다.
QE 국면이면 실수의 비용이 작습니다. 늦게 들어가도 따라잡을 여지가 있고, 종목 선택이 다소 어긋나도 지수가 덮어줍니다.
QT 국면이면 실수의 비용이 큽니다. 한 번에 크게 들어가면 회복까지 오래 걸립니다. 이 구간에서는 같은 금액이라도 더 잘게 나눠서, 더 긴 기간에 걸쳐 넣습니다.
그리고 어느 국면이든 금리를 같이 봅니다. 유동성이 늘어도 장기금리가 함께 뛰면 밸류에이션은 눌립니다. M2와 지수의 관계를 데이터로 따로 확인해본 내용은 M2는 절대 규모가 아니라 증가율의 방향으로 봅니다에 있습니다.
유동성이 주가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연준이 자산을 사들이는 순간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닙니다. 그 사이에 몇 단계가 있습니다.
연준이 채권을 사면 판 쪽의 계좌에 현금이 들어옵니다. 그 현금이 다시 다른 자산으로 옮겨가고, 그 과정에서 채권 금리가 내려가고, 낮아진 금리가 주식의 상대 매력을 올립니다. 이 연쇄가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기까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립니다.
그래서 월 단위로 잘라 보면 두 선이 어긋나 보이고, 분기나 반기 단위로 보면 다시 비슷해집니다. 이 지표를 짧은 주기로 쓰면 거의 항상 틀리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기대는 훨씬 빨리 반영됩니다. 2013년처럼 실제 잔고는 그대로인데 “줄일 수도 있다”는 말 한마디에 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잔고는 느리고 기대는 빠르다는 것, 이 두 속도 차이를 구분해두면 혼란이 줄어듭니다.
개인 투자자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
기관은 실시간에 가까운 자금 흐름 데이터를 봅니다.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건 훨씬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목표를 낮게 잡았습니다.
맞히는 게 아니라 국면을 확인하는 것. 지금이 유동성이 늘어나는 쪽인지 줄어드는 쪽인지, 그 방향이 몇 달째 유지되고 있는지 정도만 파악합니다.
이 정도는 무료로 공개된 데이터만으로 충분히 확인됩니다. 연준이 매주 목요일에 갱신하는 대차대조표 자료와 FRED의 시계열 몇 개면 됩니다. 유료 리포트가 필요한 영역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얻은 판단으로 매매 타이밍을 잡으려 하면 대체로 실패합니다. 국면 판단은 얼마나 크게 베팅할지를 정하는 데 쓰고, 무엇을 살지는 기업 자체를 보고 정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공식이 아니라 국면으로 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와 S&P500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그 관계는 금리 수준과 기업 이익이라는 두 조건에 크게 좌우됩니다.
제로금리에서의 QE는 거의 예외 없이 주가를 밀어 올렸지만, 금리가 정상 수준일 때의 유동성 변화는 훨씬 약하게 작용합니다. 반대로 QT 국면에서도 이익이 충분히 늘면 지수는 올라갑니다.
그래서 이 지표는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가 아니라 “지금 실수해도 되는 국면인가”를 판단하는 데 씁니다.
참고자료
- FRED – Fed Total Assets (WALCL)
- FRED – S&P 500 Index
- Federal Reserve – Balance Sheet Policy Statements
- FRED – 10-Year Treasury Constant Maturity Rate
※ 본 글은 금융시장과 경제지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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