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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점도표를 읽는 법, 숫자보다 분포를 봅니다

읽는 시간 약 7분

FOMC가 끝나면 기사에 점이 잔뜩 찍힌 그래프가 올라옵니다. 점도표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이게 연준의 금리 계획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 보다 보니 점도표가 자주 빗나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뒤로는 이걸 예측표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 읽게 됐습니다.

점 하나가 사람 한 명입니다

점도표는 FOMC 참석자 각자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익명으로 찍은 것입니다. 참석자는 연준 이사회 인사와 지역 연은 총재를 합쳐 열아홉 명 안팎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먼저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투표권이 없는 사람의 점도 포함됩니다. 실제 금리 결정에 투표하는 인원은 열둘인데, 점도표에는 참석자 전원이 찍습니다. 그래서 점의 분포와 실제 표결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둘째, 이건 약속이 아니라 그 시점의 전망입니다. 경제 상황이 바뀌면 다음 회의에서 점이 통째로 이동합니다. 3월에 찍은 점과 9월에 찍은 점이 다르다고 해서 연준이 말을 바꾼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쓰라고 만든 자료입니다.

중앙값보다 분포가 정보입니다

기사 제목에는 대개 중앙값만 나옵니다. 연준이 올해 몇 번 인하를 시사했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중앙값은 열아홉 개 점 중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실제로 쓸모 있는 정보는 점들이 얼마나 모여 있는가 흩어져 있는가입니다.

점이 좁은 구간에 몰려 있으면 위원들 사이에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중앙값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점이 위아래로 넓게 퍼져 있으면 내부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는 중앙값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 나올 지표 몇 개에 따라 결론이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갈 수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점 하나가 움직여서 중앙값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하 횟수 전망이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실제로는 열아홉 명 중 한 명이 생각을 바꾼 것뿐인 상황입니다. 이걸 정책 기조가 바뀐 것으로 읽으면 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연도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점도표는 올해, 내년, 내후년, 그리고 장기로 나뉩니다.

가까운 해일수록 점이 모여 있고 먼 해일수록 흩어집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3개월 뒤보다 3년 뒤가 불확실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게 맨 오른쪽 장기 항목입니다. 이건 경기가 과열도 침체도 아닌 상태에서 유지될 금리 수준에 대한 각자의 생각입니다. 중립금리라고 부릅니다.

이 값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면, 위원들이 앞으로의 금리 바닥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보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당장의 인하 횟수보다 이쪽이 자산 가격에는 더 근본적인 영향을 줍니다. 장기 할인율의 기준선이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이 나오는 자료를 봐야 해석이 됩니다

점도표는 단독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경제전망요약(SEP)의 일부입니다. 같은 문서에 성장률, 실업률, 물가 전망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이 셋과 점을 붙여서 봐야 의미가 잡힙니다.

물가 전망을 올리면서 금리 점도 올렸다면 일관된 조합입니다. 그런데 성장률 전망은 낮추면서 금리 점은 그대로 뒀다면,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물가 때문에 금리를 못 내리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입니다. 이런 조합이 시장에는 가장 불편합니다.

반대로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금리 점을 내렸다면, 경기를 해치지 않고도 물가가 잡히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저는 발표 당일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FOMC 결과와 점도표는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나옵니다. 그 직후 30분 동안 지수와 금리가 크게 흔들립니다.

저는 이 시간에 매매하지 않습니다. 원칙을 세웠다기보다 몇 번 겪어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발표 직후의 움직임이 몇 시간 뒤에 반대로 뒤집히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성명서 문구와 기자회견 내용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방향이 바뀌는 겁니다.

그래서 점도표는 주말에 전체 자료를 놓고 봅니다. 그날의 가격 반응이 아니라 이번 자료가 지난번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점의 분포가 좁아졌는지 넓어졌는지, 장기 항목이 움직였는지 정도를 봅니다.

시장의 예상과 점도표가 다를 때

점도표가 시장 기대와 어긋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연준은 올해 한 번 인하를 시사했는데 시장은 세 번을 반영하고 있는 식입니다.

이 차이는 금리선물 가격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연방기금금리 선물을 근거로 회의별 인하 확률을 공개하고 있어서, 점도표와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누가 맞는지를 맞히려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둘 사이의 간격이 벌어져 있으면 앞으로 조정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정도로 읽습니다. 간격이 벌어진 상태에서 물가나 고용 지표 하나가 예상을 벗어나면, 그 간격이 한 번에 좁혀지면서 변동이 크게 나옵니다.

반대로 점도표와 시장 기대가 붙어 있는 구간에서는 지표가 조금 어긋나도 시장이 덜 흔들립니다. 같은 지표라도 어느 국면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반응 크기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말과 숫자가 어긋날 때

점도표와 함께 나오는 것이 성명서와 의장 기자회견입니다. 세 가지가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점은 그대로인데 성명서 문구가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가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표현이 들어가거나 빠지는 식입니다. 문구 하나가 빠졌다는 것만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건 그 문장이 다음 회의의 선택지를 좁히거나 넓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점은 매파적으로 이동했는데 기자회견 어조는 부드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시장은 대체로 말 쪽을 따라갑니다. 점은 분기마다 갱신되지만 발언은 지금 시점의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점도표에서 제가 확인하는 두 가지

점도표는 연준의 계획표가 아니라 그 시점 참석자들의 생각을 모아 놓은 분포도입니다.

중앙값만 보면 놓치는 게 많습니다. 점이 모여 있는지 흩어져 있는지가 합의 수준을 알려주고, 장기 항목은 금리 바닥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같은 문서의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붙여서 봐야 조합의 의미가 잡힙니다.

가장 주의할 건 점 하나의 이동을 정책 전환으로 읽는 것입니다. 열아홉 개 중 하나가 움직인 것과 전체가 이동한 것은 완전히 다른 신호입니다.

FOMC가 한 달 루틴에서 어디에 들어가는지는 경제지표를 한 달 단위로 보는 순서에 정리해 뒀습니다.

참고자료

그로우
법인 잉여자금으로 미국 주식을 운용하면서 매크로 지표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며 환율과 자금 사정을 현장에서 먼저 겪는 편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TGA, 역레포, 지급준비금 같은 유동성 지표를 직접 추적하고 그 기록을 정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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