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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와 PCE는 뭐가 다를까? 연준이 실제로 보는 물가지표

읽는 시간 약 8분

물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두 가지 숫자가 같이 등장합니다. CPIPCE입니다. 같은 달 물가인데 숫자가 다르고, 어떤 기사는 CPI를 제목에 쓰고 어떤 기사는 PCE를 씁니다.

처음에는 둘 중 하나만 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연준이 목표로 삼는 지표는 따로 정해져 있고, 시장이 더 크게 반응하는 지표는 또 다르다는 걸 알고 나서 정리가 됐습니다.

만드는 곳부터 다릅니다

CPI는 노동통계국(BLS)이 만듭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한 가격을 조사해서 지수로 냅니다. 매달 중순에 발표되고, 지난달 수치가 나옵니다.

PCE는 경제분석국(BEA)이 만듭니다. 개인소비지출 디플레이터라고 부르는데, 소비자가 쓴 돈 전체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CPI보다 2주 정도 늦게 나옵니다.

발표 시점이 다르다는 게 실무적으로 꽤 중요합니다. CPI가 먼저 나오고 PCE가 나중에 나오기 때문에, 시장은 CPI를 보고 PCE를 미리 추정합니다. 그래서 PCE 발표 자체는 이미 예상된 수치인 경우가 많고, 시장 반응도 CPI 때가 더 큽니다.

가중치를 다르게 매깁니다

같은 물가인데 숫자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항목별 비중입니다.

CPI는 가계 조사를 기준으로 비중을 정합니다. 사람들이 설문에서 답한 지출 구성을 씁니다. PCE는 기업의 매출 자료를 기준으로 합니다. 실제로 팔린 것을 기준으로 잡는 셈입니다.

이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항목이 주거비와 의료비입니다.

주거비는 CPI에서 비중이 훨씬 큽니다. 자가 주택에 사는 사람이 만약 그 집을 빌린다면 얼마를 낼까를 추정해서 넣는 항목이 있는데, 이 비중이 CPI에서 3분의 1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그래서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CPI가 PCE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료비는 반대입니다. PCE는 보험사와 정부가 대신 낸 의료비까지 포함합니다. CPI는 소비자가 직접 지불한 부분만 잡습니다. 미국은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보험이 부담하기 때문에, 이 항목에서는 PCE 쪽 비중이 큽니다.

바뀌는 소비를 반영하느냐

또 하나의 구조적 차이가 있습니다.

CPI는 정해진 바구니를 놓고 그 가격 변화를 봅니다. 바구니 구성을 자주 바꾸지 않습니다. PCE는 소비가 옮겨가는 것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합니다.

소고기 값이 오르면 사람들이 돼지고기로 옮겨갑니다. PCE는 이 대체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CPI는 원래 바구니를 유지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CPI가 PCE보다 조금 높게 나옵니다. 같은 물가를 봐도 CPI 쪽 숫자가 크다면 대체로 이 구조 때문입니다.

연준이 보는 건 PCE입니다

연준이 2% 물가 목표를 말할 때 기준으로 삼는 건 PCE입니다. 정확히는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PCE입니다.

식품과 에너지를 빼는 이유는 이 둘이 날씨나 지정학적 사건에 따라 크게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은 몇 개월에서 몇 분기 뒤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라, 다음 달이면 되돌아갈 변동에 반응하면 정책이 흔들립니다.

그렇다고 식품과 에너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생활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오히려 그쪽이 큽니다. 다만 금리를 결정할 때 쓰는 잣대와 장바구니에서 느끼는 물가는 애초에 다른 용도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체감과 지표가 어긋나는 이유

저는 이커머스를 하면서 중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옵니다. 그래서 매입 원가가 오르내리는 걸 매달 직접 봅니다.

여기서 자주 겪는 게 지표와 체감의 괴리입니다. 물가가 안정됐다는 발표가 나온 달에도 제 매입 단가는 올라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하나는 지표가 전년 동월 대비라는 점입니다. 작년 이맘때보다 덜 올랐다는 뜻이지 가격이 내려갔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승률이 둔화되는 것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다른 하나는 제가 사는 품목이 지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다는 점입니다. 지수는 수백 개 품목의 가중평균이라 개인이 체감하는 것과 맞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걸 이해하고 나서는 발표된 숫자를 제 원가 예측에 직접 갖다 쓰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되나

정리하자면 이렇게 나눠서 보게 됐습니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보려면 CPI를 봅니다. 먼저 나오고 반응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상치와 얼마나 벌어졌는지가 그날의 변동을 만듭니다.

연준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보려면 근원 PCE를 봅니다. 이쪽이 실제 정책 기준입니다.

그리고 둘 다 한 달 치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한 달 수치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회성 항목에 쉽게 흔들립니다. 석 달 정도를 이어서 보면 방향이 보입니다.

발표일에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

CPI 발표는 미국 동부시간 오전 8시 30분, 한국시간으로는 밤 9시 30분 또는 10시 30분입니다. 서머타임 적용 여부에 따라 한 시간 차이가 납니다.

이때 움직이는 건 숫자의 절대값이 아니라 예상치와의 차이입니다. 물가가 3%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는 시장에 이미 반영되어 있습니다. 시장이 2.8%를 예상했는데 3.0%가 나왔다면, 그 0.2%p가 그날의 변동을 만듭니다.

그래서 발표 직후 헤드라인만 보고 판단하면 방향을 거꾸로 읽는 일이 생깁니다. 물가가 올랐는데 지수가 오르는 날이 있고, 내렸는데 빠지는 날이 있습니다. 예상보다 어땠는지를 같이 봐야 해석이 됩니다.

저는 이 시간대에 매매하지 않습니다. 판단이 서서가 아니라 판단이 설 만한 정보가 그 순간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세부 항목까지 나오는 건 몇 시간 뒤고, 그때쯤이면 이미 가격이 움직인 뒤입니다.

헤드라인 뒤에 보는 항목

숫자 하나만 보고 넘기지 않게 된 뒤로 매달 확인하는 항목이 몇 개 생겼습니다.

주거비는 실제 임대료 변동을 1년 가까이 뒤늦게 반영합니다. 그래서 시장 임대료가 이미 꺾였는데도 지수에서는 계속 높게 나오는 구간이 생깁니다. 이 시차를 알고 보면 물가가 안 잡힌다는 기사에 덜 흔들립니다.

서비스 물가는 임금과 붙어 움직입니다. 상품 물가는 공급망이 풀리면 비교적 빨리 내려오는데, 서비스는 사람 인건비가 들어가 있어서 잘 안 내려옵니다. 연준이 고용지표를 물가 지표만큼 신경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지표를 나눠서 보는 법

CPI와 PCE는 틀린 지표와 맞는 지표의 관계가 아니라 용도가 다른 두 개의 자입니다.

만드는 기관이 다르고, 가중치 기준이 다르고, 소비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달인데 숫자가 갈립니다. 주거비 비중 때문에 CPI가 대체로 높게 나오고, 연준의 기준은 근원 PCE입니다.

기사에서 물가가 올랐다거나 내렸다는 문장을 볼 때, 그게 어느 지표인지와 전년 대비인지 전월 대비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 하나만 들여도 혼란이 많이 줄어듭니다.

한 달 단위로 지표를 보는 순서는 경제지표를 한 달 단위로 보는 순서에 정리해 뒀습니다. 물가와 고용이 금리 결정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미국 고용지표 발표일에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참고자료

그로우
법인 잉여자금으로 미국 주식을 운용하면서 매크로 지표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며 환율과 자금 사정을 현장에서 먼저 겪는 편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TGA, 역레포, 지급준비금 같은 유동성 지표를 직접 추적하고 그 기록을 정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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