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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가격과 금리는 왜 반대로 움직일까? 듀레이션까지

읽는 시간 약 7분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문장은 어디서나 나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를 설명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제대로 이해하면 따라오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폭으로 금리가 올라도 어떤 채권은 조금 빠지고 어떤 채권은 크게 빠진다는 점입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게 듀레이션입니다.

채권은 미래에 받을 돈이 정해져 있습니다

채권을 샀다는 건 돈을 빌려주고 앞으로 받을 금액과 시점을 확정해 둔 것입니다.

액면가 100만원, 표면금리 3%, 만기 10년짜리 채권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3만원을 받고, 마지막에 100만원을 돌려받습니다. 이 금액은 시장 금리가 어떻게 되든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받을 돈이 고정되어 있으니, 조정될 수 있는 건 지금 이 채권을 얼마에 사고파느냐뿐입니다.

새 채권이 더 좋은 조건으로 나오면

1년 뒤 시장 금리가 5%로 올랐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매년 5만원을 줍니다.

이 상황에서 내가 가진 3% 채권을 액면가 그대로 1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같은 돈으로 5만원을 주는 채권을 살 수 있는데 3만원짜리를 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내려갑니다. 얼마까지 내려가느냐면, 이 채권을 그 가격에 샀을 때 수익률이 5%가 되는 지점까지입니다. 예를 들어 85만원에 사면 매년 3만원을 받고 만기에 100만원을 받으니, 전체 수익률이 새 채권과 비슷해집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건 이 조정 과정을 한 문장으로 줄인 것입니다. 신비한 법칙이 아니라 시장에서 조건이 같아지도록 가격이 맞춰지는 것입니다.

듀레이션: 얼마나 크게 움직이는가

여기서 다음 질문이 나옵니다. 금리가 1%p 올랐을 때 가격은 얼마나 빠질까요.

이 답이 채권마다 다릅니다. 그 차이를 숫자로 만든 게 듀레이션입니다. 듀레이션은 대략 내가 받을 돈의 무게중심이 몇 년 뒤에 있는가를 뜻하고, 동시에 금리가 1%p 변할 때 가격이 몇 퍼센트 움직이는가를 알려줍니다.

듀레이션이 3년인 채권은 금리 1%p 상승에 대략 3% 빠집니다. 듀레이션이 15년이면 대략 15% 빠집니다. 같은 금리 변화에 다섯 배 차이가 납니다.

무게중심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있습니다. 만기가 길수록 돈을 나중에 받으니 무게중심이 뒤로 갑니다. 표면금리가 낮을수록 중간에 받는 이자가 적어서 역시 무게중심이 만기 쪽으로 쏠립니다. 그래서 만기가 길고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크게 흔들립니다.

장기채 ETF가 유독 많이 빠지는 이유

개인 투자자가 이 개념을 실제로 마주치는 건 대부분 채권 ETF에서입니다.

미국 장기국채 ETF의 듀레이션은 15년을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기국채 ETF는 2년 안쪽입니다. 금리가 같은 폭으로 움직여도 앞쪽은 크게 흔들리고 뒤쪽은 거의 안 움직입니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장기채를 샀는데 생각보다 크게 물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 이것입니다. 방향이 맞으면 큰 수익이 나지만, 방향이 늦어지면 그만큼 크게 빠집니다. 장기채는 안전자산이라기보다 금리 방향에 거는 포지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채권 ETF를 볼 때는 이름보다 듀레이션 숫자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대부분의 운용사가 상품 페이지에 표기해 둡니다.

만기까지 들고 가면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 가지 짚고 갈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중간에 팔 때의 이야기입니다.

개별 채권을 만기까지 들고 가면 처음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그대로 받습니다. 중간에 가격이 빠진 건 장부상의 변동이고, 만기에는 액면가로 돌아옵니다. 발행자가 부도만 나지 않으면 그렇습니다.

반면 채권 ETF에는 만기가 없습니다. 편입된 채권이 만기에 가까워지면 팔고 새 채권을 사는 식으로 굴러갑니다. 그래서 개별 채권처럼 기다리면 원금이 돌아온다는 논리가 ETF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같은 채권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성격이 다릅니다.

금리가 내릴 때는 반대로 작동합니다

여기까지 금리 상승만 놓고 봤는데 방향이 반대일 때도 같은 논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시장 금리가 5%에서 3%로 내려가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3만원만 줍니다. 그러면 이미 5% 조건으로 발행된 채권이 상대적으로 좋은 물건이 됩니다. 가격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때도 듀레이션이 그대로 작동합니다. 금리가 1%p 내려가면 듀레이션 15년짜리는 대략 15% 오릅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장기채가 주목받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게 시점입니다. 인하가 시작되는 시점과 장기금리가 실제로 내려가는 시점은 같지 않습니다. 연준이 조절하는 건 단기금리이고, 장기금리는 성장과 물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되어 움직입니다. 인하했는데 장기금리가 오히려 오르는 구간이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신용등급이 얹히면 또 달라집니다

지금까지는 국채를 전제로 이야기했습니다. 회사채로 넘어가면 변수가 하나 더 붙습니다.

회사채 금리는 같은 만기의 국채 금리에 신용스프레드를 더한 값입니다. 이 스프레드는 회사가 돈을 못 갚을 위험에 대한 대가입니다.

그래서 회사채 가격은 두 가지에 동시에 반응합니다. 하나는 지금까지 본 금리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 전망에 따른 스프레드 변화입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국채 금리는 내려가는데 신용스프레드는 벌어집니다. 두 힘이 반대로 작용해서, 금리가 내려갔는데도 하이일드 채권 가격이 빠지는 상황이 나옵니다. 채권이라고 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두 문장으로 줄이면

채권은 받을 돈이 고정되어 있어서, 시장 금리가 바뀌면 가격 쪽이 조정됩니다. 그래서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입니다.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듀레이션이 알려줍니다. 만기가 길고 표면금리가 낮을수록 듀레이션이 길고, 그만큼 금리 변화에 크게 흔들립니다.

채권 ETF를 고를 때 장기냐 단기냐를 이름으로만 보지 말고 듀레이션 숫자를 확인하면, 내가 얼마나 큰 변동을 감수하는 건지가 먼저 보입니다.

금리 수준 자체가 어디서 결정되는지는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 왜 침체 신호라고 할까?에서, 금리가 주식 쪽 자산에 어떻게 번지는지는 금리가 오르면 배당주는 왜 힘을 못 쓸까?에서 다뤘습니다.

참고자료

그로우
법인 잉여자금으로 미국 주식을 운용하면서 매크로 지표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며 환율과 자금 사정을 현장에서 먼저 겪는 편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TGA, 역레포, 지급준비금 같은 유동성 지표를 직접 추적하고 그 기록을 정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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