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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 ETF와 언헤지 ETF 뭐가 다를까?

읽는 시간 약 8분

해외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을 보다 보면 이름 끝에 (H)가 붙은 것과 안 붙은 것이 나란히 있습니다. 같은 지수인데 왜 두 개인지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H)는 헤지(hedge), 환율 변동을 막아둔 상품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막아둔다”는 게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이 비용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나서 선택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해외 자산에는 위험이 두 개 들어 있습니다

미국 주식을 사면 사실 두 가지에 동시에 투자하는 셈입니다. 그 주식의 가격달러의 가치입니다.

지수가 10% 올랐는데 그 사이 원달러 환율이 10% 내려가면 원화로 계산한 수익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지수가 제자리여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으로는 수익이 납니다.

환헤지는 이 두 번째 요소를 떼어내는 장치입니다.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든 지수 수익률만 가져가겠다는 선택입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 추이 차트
출처: FRED (St. Louis Fed)

헤지 비용은 금리차에서 나옵니다

여기가 핵심인데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환헤지는 대략 이런 구조입니다.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팔기로 미리 계약해둡니다. 그러면 그 사이 환율이 어떻게 변해도 결과가 고정됩니다.

그런데 이 미래 환율은 현재 환율과 다르게 정해집니다. 두 나라의 금리 차이만큼 조정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달러를 미래에 파는 계약의 조건이 그만큼 불리해집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구간에서는 환헤지에 비용이 듭니다. 눈에 보이는 수수료가 아니라 수익률에서 조용히 빠지는 형태입니다.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이 비용도 커집니다.

한미 금리차가 어떤 배경에서 벌어지는지는 미국 금리가 바뀌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왜 민감할까?에서 다뤘습니다.

언헤지는 환율을 그대로 안습니다

(H)가 없는 상품은 환율 변동을 그대로 받습니다.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 대신 결과의 폭이 넓어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게 있습니다. 위기가 왔을 때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주가가 크게 빠지는 국면에 환율이 오르면, 언헤지 상품은 주가 하락의 일부를 환율이 메워줍니다. 완충 장치가 자동으로 붙어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시장이 안정되고 환율이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수익이 깎입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상황에 달렸습니다

정답은 없고 조건이 있습니다.

환헤지가 맞는 경우. 투자 기간이 짧고 환율 변동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혹은 이미 다른 달러 자산이 많아 달러 노출을 더 늘리고 싶지 않을 때입니다. 금리차가 좁혀져 헤지 비용이 낮아진 구간이면 부담도 줄어듭니다.

언헤지가 맞는 경우. 투자 기간이 길 때입니다. 환율은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범위를 오가는 성격이 있어서,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율의 영향은 평준화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반면 헤지 비용은 매년 꾸준히 나갑니다.

저는 미국 주식을 길게 보고 담기 때문에 환율을 그대로 안는 쪽을 택했습니다. 다만 이건 제 기간과 상황에 맞춘 판단이고, 짧게 볼 자금이라면 다르게 정할 것 같습니다.

안전하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환헤지 상품이 “환율 걱정이 없어서 더 안전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환헤지가 없애는 건 환율 위험 하나뿐입니다. 지수가 빠지면 똑같이 손실이 납니다. 오히려 앞에서 본 것처럼, 위기 국면에 환율이 대신 막아주던 완충 장치를 스스로 떼어낸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안전한 쪽”이 아니라 “결과가 지수만으로 결정되는 쪽”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맞습니다.

고를 때 확인할 것

상품을 볼 때 저는 이 순서로 봅니다.

이름 끝의 표기를 먼저 확인합니다. (H)가 붙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품입니다. 과거 수익률을 비교할 때 이걸 섞으면 의미 없는 비교가 됩니다.

지금 한미 금리차가 어느 정도인지 봅니다. 벌어져 있으면 헤지 비용이 큰 구간입니다.

내 투자 기간을 정합니다. 이게 사실상 결정적입니다. 짧으면 헤지, 길면 언헤지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상품 간 수익률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지 전반적인 구조는 M2는 절대 규모가 아니라 증가율의 방향으로 봅니다에서 다룬 지수 이야기와 함께 보면 정리가 됩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는 아닙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같은 지수를 헤지 상품과 언헤지 상품으로 나눠 담으면 그 비율만큼 부분적으로 헤지한 효과가 납니다. 절반씩 담으면 환율 영향을 절반만 받는 셈입니다.

실제로 기관들도 100% 헤지보다 일정 비율만 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율 방향을 맞히려는 게 아니라 결과의 폭을 줄이려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개인 입장에서도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한쪽으로 몰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어느 쪽이 맞았든 절반은 맞은 셈이 됩니다.

헤지 비용을 어림해보는 법

정확한 계산은 복잡하지만 대략적인 감은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미국 단기금리에서 한국 단기금리를 뺀 값이 연간 헤지 비용의 대략적인 크기입니다. 미국이 4.5%, 한국이 2.5%라면 연 2% 안팎이 수익률에서 빠진다고 보면 얼추 맞습니다.

이 숫자를 알고 나면 판단이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연 2%는 지수가 연 8% 오른다고 할 때 수익의 4분의 1입니다. 10년이면 복리로 훨씬 커집니다.

반대로 두 나라 금리가 비슷해지는 구간에서는 이 비용이 거의 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헤지 여부를 한 번 정하고 끝내기보다, 금리차가 크게 달라질 때 다시 보는 항목으로 둡니다.

헤지를 얼마나 자주 다시 거는가

같은 환헤지 상품이라도 운용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헤지 계약을 한 달마다 갱신하는 곳도 있고 더 짧은 주기로 돌리는 곳도 있습니다.

이 주기 때문에 환율이 급하게 움직이는 구간에는 헤지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갱신 시점 사이에 생긴 변동은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H) 상품인데도 환율 영향이 일부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이 시차 때문입니다. 헤지가 환율 영향을 0으로 만드는 장치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헤지 여부를 정하는 기준

환헤지는 환율 위험을 없애는 대신 양국 금리차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 선택입니다. 공짜로 위험만 없애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언헤지는 비용이 없는 대신 환율 변동을 그대로 받습니다. 다만 위기 국면에는 환율이 하락을 일부 완충해주는 성격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투자 기간과 이미 가진 달러 노출에 따라 갈립니다. 저는 이 구조를 알고 나서야 상품 이름 끝의 (H)를 제대로 보게 됐습니다.

참고자료

※ 본 글은 금융시장과 경제지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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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잉여자금으로 미국 주식을 운용하면서 매크로 지표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며 환율과 자금 사정을 현장에서 먼저 겪는 편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TGA, 역레포, 지급준비금 같은 유동성 지표를 직접 추적하고 그 기록을 정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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