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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별 매매동향에서 실제로 읽을 수 있는 것

읽는 시간 약 7분

국내 증시 기사에는 거의 매일 같은 형식의 문장이 나옵니다. 외국인이 얼마를 순매도했고 기관이 얼마를 샀고 개인이 받았다는 식입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한동안 애매했습니다. 외국인이 팔면 나쁜 신호라고 하는데, 외국인이 파는 동안에도 지수가 오르는 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를 구분하고 나서야 이 데이터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세 주체는 성격이 다릅니다

먼저 각 주체가 무엇인지 정리가 필요합니다.

외국인은 하나의 집단이 아닙니다. 장기로 들고 가는 연기금부터 몇 시간 단위로 움직이는 헤지펀드까지 전부 여기에 묶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순매수라는 숫자 하나로는 성격을 알 수 없습니다.

기관은 더 잘게 나뉩니다. 공시 자료를 보면 금융투자, 투신, 연기금, 보험, 사모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 중 금융투자는 증권사 자기 매매인데, 상당 부분이 선물과 연계된 차익거래입니다. 방향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가격 차이를 먹는 기계적인 매매인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은 나머지 전부입니다. 보통 외국인과 기관이 판 것을 받는 쪽으로 기록됩니다. 구조상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이 샀다는 사실 자체에는 방향성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합계보다 분해해서 봐야 합니다

기관 순매수라는 한 줄로는 판단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기금이 사는 것과 금융투자가 사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연기금은 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여러 날 이어집니다. 금융투자의 차익거래는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차이가 좁혀지면 반대로 청산됩니다.

그래서 기관이 대량 순매수했다는 기사를 볼 때, 그 안에서 어느 주체가 샀는지를 보면 다음 날 이어질 매매인지 되돌아올 매매인지가 갈립니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별 세부 구분을 공개하고 있어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루가 아니라 누적으로 봅니다

하루치 수치로는 노이즈가 너무 큽니다. 대형 종목 하나의 블록딜이나 지수 리밸런싱 하나로 그날 숫자가 통째로 뒤집힙니다.

그래서 며칠 또는 몇 주 누적으로 보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방향이 여러 날 이어지는지가 정보이고, 하루 크게 나온 숫자는 대체로 일회성입니다.

특히 월말과 분기말은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기관의 결산 관련 매매, 지수 정기변경, 배당 기준일 전후의 수급이 겹치면서 평소와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이 시기의 수급을 추세로 읽으면 판단이 어긋납니다.

업종과 종목 단위가 더 유용합니다

지수 전체의 수급보다 실제로 쓸모 있었던 건 업종별 또는 종목별 수급이었습니다.

외국인이 전체적으로는 순매도인데 반도체는 사고 있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이건 한국 시장에서 돈을 빼는 게 아니라 안에서 비중을 옮기는 것입니다. 지수 수급만 보면 이 움직임이 상쇄되어 사라집니다.

그래서 관심 있는 종목이 있으면 지수 기사보다 그 종목의 투자자별 누적 수급을 직접 보는 편이 낫습니다. 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종목별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수급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가장 조심하게 된 부분입니다. 수급 데이터는 결과를 기록한 것이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외국인이 팔았다는 사실에서 왜 팔았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 시장 전망이 나빠서일 수도 있고, 본국 펀드에서 환매가 들어와서일 수도 있고, 환율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나라 비중을 늘리려고 재원을 만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에는 대체로 이유가 붙어 나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사후에 추정한 것입니다. 저는 이걸 알고 난 뒤로 수급 데이터를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만 쓰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판단하는 근거로는 쓰지 않게 됐습니다.

선물 수급을 같이 보면 해석이 달라집니다

현물 수급만 보면 놓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같은 주체가 선물에서는 반대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경우입니다.

외국인이 현물을 사면서 선물을 팔고 있다면, 그건 방향에 거는 매수가 아니라 차익거래일 가능성이 큽니다.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먹는 구조라 지수 방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반대로 현물과 선물을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늘리고 있다면 실제로 방향을 보고 들어온 자금일 확률이 높습니다.

거래소에서 선물 투자자별 미결제약정도 함께 공개하고 있어서, 현물 수급 옆에 놓고 보면 같은 숫자가 다르게 읽힙니다.

공매도 관련 데이터는 별도로 봅니다

대차거래와 공매도 관련 데이터도 수급의 일부입니다. 다만 이 영역은 제도가 바뀌어 온 이력이 있어서, 지금 어떤 기준으로 집계되고 공시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봐야 합니다.

기준이 달라진 구간의 데이터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없는 추세가 보입니다. 과거 데이터와 이어서 볼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현행 기준과 공시 항목을 안내하고 있으니, 실제로 활용하기 전에 그 시점의 규정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가 실제로 쓰는 방식

결국 남은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가 보고 있는 종목의 외국인·연기금 누적 수급을 몇 주 단위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방향이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는지만 봅니다. 하루 숫자는 열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수가 오르는데 수급이 반대이거나, 지수가 빠지는데 수급이 들어오는 구간을 표시해 두는 것입니다. 가격과 수급이 어긋나는 구간에는 대체로 설명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습니다. 답을 바로 찾지는 못해도, 나중에 뉴스가 나왔을 때 연결해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것도 매일 보지는 않습니다. 지표를 볼 때와 같은 이유입니다. 매일 확인하면 판단이 아니라 반응을 하게 됩니다.

수급 데이터를 쓰는 자리

투자자별 매매동향은 유용한 데이터지만, 기사에 나오는 한 줄 그대로 쓰기에는 정보가 너무 뭉개져 있습니다.

기관은 세부 주체로 나눠서 봐야 하고, 하루보다 누적으로 봐야 하고, 지수보다 종목 단위가 실질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데이터는 이미 일어난 일의 기록이지 예측 도구가 아닙니다.

환율 변화가 외국인 수급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환율과 외국인 수급, 반도체 주주가 같이 봐야 하는 이유에서, 미국 금리가 국내 대형주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금리가 바뀌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왜 민감할까?에서 다뤘습니다.

참고자료

그로우
법인 잉여자금으로 미국 주식을 운용하면서 매크로 지표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며 환율과 자금 사정을 현장에서 먼저 겪는 편입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TGA, 역레포, 지급준비금 같은 유동성 지표를 직접 추적하고 그 기록을 정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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